'집게손'이 남혐 메시지?…다른 애니는 어떨까

한 온라인 게임의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에 남성 혐오 메시지인 '집게 손가락'이 등장했다는 의혹이 온라인 상에서 남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페미니즘 성향의 애니메이터들이 남성을 모욕할 의도로 영상에 집게손 모양을 넣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수많은 동작으로 이뤄지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뽑아내 문제삼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제의 장면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게임 홍보 영상에 등장한다. 얼핏 보면 알 수 없지만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보면 여성 캐릭터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모아 집게 모양을 만든 것 같은 장면이 나온다.

'집게손'은 2030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혐' 메시지로 낙인찍힌 표현이다. 과거 특정 여성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이 모양을 로고에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GS25와 BBQ 같은 기업 광고에 이와 유사한 모양의 이미지가 등장했을 때는 남성들이 집단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남혐 메시지 의혹을 제기하자 업체는 해당 영상을 즉각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게임의 주 이용 계층이 2030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스토리 제작사인 넥슨은 26일 사과문을 통해 "해당 홍보물은 더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등 다른 게임들도 홍보 영상에 논란이 되는 표현이 포함됐는지 조사에 나섰다.




애니메이션에 이런 장면이 포함된게 정말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다른 애니메이션은 어떨까 궁금했다. 튜브가이드는 유튜브 상에서 검색할 수 있는 유명 애니메이션 작품에는 집게손과 비슷한 장면이 포함돼 있는지 찾아봤다.





그런데 다른 작품에서도 캐릭터가 이런 손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의 남혐 논란에서 자유로운 해외 애니메이션(너의 이름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을 탐색 대상으로 했음에도 말이다.

이런 손 동작은 캐릭터들이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는 모습이나 물건을 집는 장면, 상대방을 가리키는 장면 등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논란은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남녀 갈등을 촉발하는 모습이다.

주로 여성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혐 손동작' 문제 제기가 마녀사냥에 가깝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자신을 애니메이터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저렇게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문제의 장면을 찾으면 어떤 애니메이션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손 동작을 표현할 때 일부러 주먹을 쥐거나 손가락을 모두 펴서 그려야 하는가"라고 항변했다.




풍자성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유튜브가 이날 언박싱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로고와 애플이 지난 9월 발표한 애플워치 영상에 포함된 손동작 등을 커뮤니티에 게시하며 '애플과 구글도 페미(니스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영상 속 집게손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들도 있다.

주로 남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 직원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을 찾아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터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문제의 장면도 의도적으로 삽입한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터는 2022년 3월 X(구 트위터)에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계정 막혀서 몸사리고 다닌적은 있어도 페미 그만둔적은 없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스튜디오 뿌리는 "많은 분께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해당 스태프가 작업했던 컷은 리스트업해 각 게임사에 전달했고, 후속 조치를 위해 대기 중"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뿌리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면서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 저희가 하는 모든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나 이러한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에디터 Funny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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