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故 오요안나 일기장에 "억까 미쳤다"…가해자도 언급
등록 2025.01.31 14:53:24 수정 2025.01.31 14:57:06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씨가 생전에 작성한 자필 일기의 일부가 공개됐다. 이 일기장에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YTN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6일 작성된 일기에는 "억까('억지로 까다'의 줄임말) 미쳤다. A는 말투가 너무 폭력적. (새벽) 4시부터 일어나 10시 45분 특보까지 마침. 그 와중에 억까. 진짜 열 받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인이 자필 일기에서 언급한 A는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상캐스터로 알려졌다.
유족은 지난 30일 YTN에 "A를 상대로 지난달 23일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가해자는 4명이다. 최소한의 방법으로 한 명에게 책임을 묻고 사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되는 'MBC 기상캐스터 4인 단톡방'은 고인이 지난 2022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즈음 생겼고, 그 시기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해당 단톡방은 고인과 고인의 동기인 기상캐스터를 제외한 나머지 기상캐스터들의 방이다.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원고지 17장(약 2750자)의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고인을 언급한 '4인 단톡방' 카톡 대화 내용이 찍힌 사진들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유족은 "(고인이) 수많은 구조 요청을 주변에 해왔는데,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결심하고 데이터(카톡, 녹음기록 등)를 (핸드폰에) 저장했던 것 같다"며 "살아있으면 이걸 알릴 방법이 없으니까 죽어서라도 알리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고인은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최근까지도 부고 소식을 비롯해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족이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발견하면서 해당 사실이 알려졌다.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MBC에 자체 조사를 지시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1일 뉴시스에 "현재 관할 지청인 서울서부지청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사측에 자체 조사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최단시간 내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우선 MBC에 자체 조사를 지도한 뒤 향후 진행사항을 보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든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측은 이를 인지한 즉시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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