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국민이 황제, 대통령은 노복이다"…시간여행 온 안창호 선생의 한 마디
등록 2024.12.11 14:26:13
시간 여행 온 도산 "대통령·총리는 여러분의 노복"
"국민은 공직자 활용·지도할 방법 고민해야 한다"
"특정인 위한 종 아냐…각자 역할 해야 국가 바로서"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대한 나라에는 과거 황제가 일인밖에 없었지만 금일에는 2000만 국민이 다 황제요. 과거에 주권자가 1인이었을 때는 국가의 흥망은 1인에 있었지만 지금은 인민 전체에 재(在)하오. 정부 직원은 노복(奴僕·종)이니 이는 정말 노복이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나 다 여러분의 노복이외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20년 상해 교포들의 신년축하회에서 연설한 내용의 일부다. 임시정부가 수립되던 시기,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과 공직자의 역할·책임에 대해 설명한 이 발언은 계엄 사태를 맞은 2024년 겨울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가르침을 주고 있다.
유튜브 채널 '도산 안창호 TV'는 지난 8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나 다 여러분의 노복이외다'라는 제목의 '도산의 희망편지 5편' 영상을 게시했다. 이 시리즈는 시간여행을 온 안창호 선생이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설정으로 제작됐다.
안창호 선생은 영상에서 "정부의 공직자는 국민의 종이자 여러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모든 국민의 공복, 즉 공적인 일을 맡아 하는 일꾼들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주권자인 국민은 공직자를 제대로 활용하고 지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공직자는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는 국민의 종이지만 특정 개인을 위한 종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공복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결국 국민과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국가가 바르게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년 전 연설 내용이 2024년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12·3 계엄 사태로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야당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군을 일으켰다. 지시를 받은 계엄군은 헌법 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훤회를 무력으로 점거하고 시민과 대치했다. 계엄 권력이 국회의 의사 결정을 막고 정치인들을 체포·구금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극우 세력이 신봉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계엄 선포의 배경이 됐다는 점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모든 공직에 계신 분들이 꼭 새겨야 할 글이다. 항상 귀한 메세지로 우리를 돌아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도산 안창호 TV는 미주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채널은 도산의 사진을 AI에게 학습시키고, 생전 발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실제로 유튜브 강의를 하는 듯 한 '도산의 희망편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