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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범 "피의게임3, 도덕률·인류애 무너지는 순간 있었다"[인터뷰②]
등록 2024.11.03 09:31:29 수정 2024.11.10 10:39:17
"'피의게임3'서 흑화했다…'쌩 날것'의 모습 공개"
"추구美는 '사카구치 켄타로'…도달은 어려울 것"
"스트레스 해소법은 음악 틀어놓고 폭포수 샤워"
"AI 브랜드 설립, '비효율' 가득한 마을 만들기 꿈꿔"
[서울=뉴시스] 허나우 리포터 = 크리에이터, 방송인, 모델로 쉴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카이스트 인공지능(AI) 대학원생 허성범(24).
그는 쿠팡플레이 예능 '대학전쟁'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지난 6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첫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방문 후기 영상을 올린 뒤에는 한국에서도 팬미팅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오는 11월 15일 공개되는 웨이브 생존 서바이벌 시리즈 '피의 게임 시즌3'에도 출연했다. 개그맨 장동민,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영광, 아나운서 김경란, 유튜버 빠니보틀·유리사 등 쟁쟁한 출연자들과 생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허성범은 피의 게임 시즌3 출연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귀띔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극한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흑화해서 욕도 입에 달고 살았다. '이겨야겠다. 죽여야겠다'란 말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지킨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단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정말 '쌩 날것'의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도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성격도 허성범이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게 된 요인인 것처럼 보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과제를 수행하다보면 스트레스는 없을까? 허성범은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폭포수 샤워와 클래식 음악을 꼽았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으면 고민과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라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 본업인 AI 분야에서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브랜드를 설립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또 최종적으로는 '비효율 가득한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공학도 답지 않은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반드시 가장 좋은 삶의 터전이 아닐 수 있으며, 그 이유는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문제 의식이다.
피의 게임 3은 눈 감기 전에도 생각날 것…"희로애락 담겨있다"
-방송 출연을 다양하게 하고 계세요. 최근 SBS '손대면 핫플! 동네멋집2'도 출연하시고, '대학전쟁', '더 인플루언서', '피의 게임 3'도 촬영하셨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을 꼽자면요?
"'피의 게임 3'은 100살 넘어 눈을 감게 되더라도 생생하게 기억날 프로그램이에요. 촬영 당시 정말 강렬했어요. 촬영 환경 자체가 사람을 몰아 붙어요. 감정적·심리적으로도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데, 체력적으로도 힘들거든요. 그 상태에서 두뇌 싸움을 해야 해요. '누가 극한의 상황에서 더 잘 버티느냐', 동시에 '두뇌를 얼마나 잘 쓰느냐'를 보여주는 경쟁이었어요."
"또 합숙하면서 휴대전화를 못 쓰거든요. 요즘 디지털 기기랑 멀어지기 쉽지 않잖아요. 디지털과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오직 머리를 쓰는 과정이 신선했어요. 프로그램 촬영이 끝나니깐 뇌가 완전히 새롭게 세팅된 기분이었어요. 고등학생때나 느껴봤지, 성인이 된 후로 도파민에 중독됐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여러모로 너무 감사한 일이죠."
-'대학전쟁'에서는 승리에 강한 집착이 보였어요. 이게 본인의 실제 모습인가요?
"저는 성과 중심적인 사람이에요. 방송에 비친 모습이 어쩌면 제 모습이 맞는 것 같아요. 승부욕도 엄청나게 세고 승리에 대한 갈망도 있고. 그렇지만 평소에는 장난도 많이 쳐요. 방송촬영과 일상생활의 온·오프(on & off)가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 능글맞은 모습이 제 원래 모습인데, 큰 프로젝트나 집중해야 할 일이 있으면 집중도가 비례해져서 엄격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대학 전쟁에서는 팀원 친구들 나이가 어려서, '내가 리더를 맡아야겠다' 했죠. 제가 실수하면 우리 팀이 다 탈락하니깐 더 안 흐트러지려고 노력한 것도 있죠."
"또 '피의 게임 3'에서는 텐션의 높낮이가 왔다 갔다 해요. 거기서는 제가 막내였거든요. 어떨 때는 엄격하게 굴다가 또 어떨 때는 녹아 내려서 흐물거리는 모습도 있어요. 그런 저의 모습이 (방송에서) 폭 넓게 보일 것 같아서 기대돼요."
-선비 같은 마음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번 피의 게임에서 잘 유지하신 것 같나요?
"처음에는 제 신조대로 행동했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어떤 시점이 오거든요. (방송이 공개되면) 그 시점이 언젠지 알게 되실 텐데, 제 모든 도덕률과 인류애가 무너져요. 지금껏 프로그램 통틀어서 욕을 거의 안 한 것 같은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흑화해서 욕도 입에 달고 살았죠. '이겨야겠다. 죽여야겠다'란 말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킨 건 하나도 없고요(웃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쌩 날것의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의 게임 3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방송에 희로애락이 담겨있어요. 촬영이 끝나니 친구들이 제 눈에 살기가 번들거린다고 했어요. 그런 모습이 다 들어갔으니, 모두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도네시아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대학원생 신분으로 팬미팅도 개최
-인도네시아에서 첫 팬미팅을 개최하셨어요. 어떠한 계기였나요?
"이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 '대학전쟁'이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사랑받았어요. 그 인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두뇌 서바이벌 MC로 출연했어요. MC 출연과 연계돼서 팬미팅까지 하게 됐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 팬미팅에서 에피소드 하나만 꼽자면요?
"팬미팅 현장에서 인도네시아 두뇌 서바이벌 MC로 들어간다는 것이 처음 공개됐어요.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응원도 해주셨어요. 인상 깊었던 일이에요."
-한국에서 팬미팅 예정은 없으신가요?
"제가 팬미팅 할 정도인가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무언가를 하더라도, 남들이 다 인정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멋있는 것 같아서요. 남들이 봤을 때도 충분히 팬미팅 할 만 하다 인정할 수 있을 때 할 예정이에요. '가볼 만하겠는데?'라고 생각하실 때 하겠습니다."
-학생 팬들이 많을 것 같아요. 팬분들의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여성분들이 많죠. 의외로 제 유튜브 구독자분들 중에 어머님이나 학부모님들도 계세요. 유튜브는 특이하게 남녀 비율 반반이에요. 연령대는 중고등학생 친구들부터 30대 이전까지인 것 같아요. 어머님들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팬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실제로 동기부여가 됐다는 감동이나 뿌듯함을 느낀 적 있나요?
"그렇죠. 저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타인의 우주에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을 보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마음을 붙잡게 됐어요", "내 목표는 형이에요" 이런 말을 들어요. 나로 인해서 친구들이 인생을 자주적으로 살게 됐구나 싶어요. 또 "수학 100점 맞았다", "과학 1등 했다" 이런 DM이 오면 귀엽죠. 기특하고 대견해요."
-곧 수능을 앞둔 수험생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나요?
"지금부터는 컨디션 관리가 제일 중요해요. 수능 때랑 최대한 똑같이 루틴을 반복해서 몸에 체화시키는 게 가장 도움 될 것 같고요."
"심리적인 측면에서 조언드리자면, 제가 인생 살아보니까 공부 잘하고 못하고는 인생 살아가는 거에 1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수능은 하나의 지나가는 길일 뿐이고, 거기에 너무 열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2억 5천만 배 더 크니깐요. 작은 일로 너무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요. 수능 화이팅!"
두뇌가 복잡할 땐 '폭포수 샤워'한다…최애는 '베토벤'
-'추구미(美)'라는 말이 있죠. '나는 이렇게 비춰졌으면 좋겠다'하는 은밀한 추구미가 있나요?
"추구미… 내적인 거는 특별하게 없어요. 그냥 제 모습이 솔직하게 비치고 보시는 분들도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동의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예를 들어 '고전을 읽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자'하는 저의 진심에 동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외적으로는 도달 불가능하겠지만, 일본 배우 중에 '사카구치 켄타로'씨가 제 추구미예요. 웃을 때 너무 예쁘셔서."
-어머니께서 '사회에 기여가 되는 사람'을 바란다고 하셨어요. 어머님의 바람대로 살고 계신 것 같은지?
"돌이 하루아침에 깎이는 게 아닌 것처럼 어머님의 말씀 하에 오랜 시간 깎여서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늘 어머니가 엄격하게 강조하셨던 건 '선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 '사회에 기여가 되는 사람'이었어요. 여전히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주말 아침마다 일주일 치 신문을 읽으시고 좋았던 부분들을 제게 알려주셨어요. 궁금한 부분은 어머니와 문답하면서 그거에 대한 지식이나 식견을 넓혀갔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으로 어머니와 얘기 나누는 게 주말 루틴의 시작이었고, 어머니가 바쁘실 때는 큰 누나가 그렇게 해줬어요. 문학 작품도 읽고 십자군 전쟁 같은 이야기도 하다 보니 (어머니 말씀처럼)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실 때 나만의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나중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저는 샤워를 꼭 합니다. 좋아하는 클래식 노래를 틀어두고요. 제 욕실에 의자가 하나 있는데 물을 틀어놓고 앉아서 계속 물을 맞아요. 뇌가 환기되고 고민·스트레스가 물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도 나서 좋아요."
"요즘은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폭포수 맞는 것처럼 샤워해요. 고등학교 때는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3시간 동안 샤워했어요. 일요일 아침마다. 물을 맞으면 휴대전화를 못 쓰니까 디지털 기기와 억지로 멀어지려는 것도 있었죠."
-폭포수 샤워를 하실 때, 가장 많이 들으시는 노래는요?
"클래식을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 꽂힌 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요. 노래 자체가 사랑스러워요. 쓸쓸한 느낌도 들면서. 정말 위로가 필요할 때 좋은 노래이지 않나… 다들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인공지능 브랜드 설립이 꿈…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살 '마을'도 만들고파
-방송과 학업을 병행하고 계세요. 인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인공지능 브랜드 설립입니다. 우리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브랜드를 생각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하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아직 한국에 좋은 브랜드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가치가 정말 높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테크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나 인텔, AMD처럼 좋은 기업들은 좋은 수장을 가지고 있어요. 수장이 아이코닉하고 메시지가 울림 있게 전달되고, 직접 출연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테크 기업들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사업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 같아요. 한국에서도 테슬라나 애플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방송이나 매체들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건 브랜드 설립 목표를 위해서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사실 누군가의 유명세만으로 사업이 굴러가게 되면, 그 사업은 구조가 잘못된 거거든요. 다만 방송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런 방송계 인맥도 있지만 브랜드 디렉터 관계자들이나 업계 대표님도 많이 만났어요. 제가 방송 활동을 하지 않고 대학원만 다녔더라면 어떤 경유로 이런 멋진 분들을 만났을까 싶어요. 많은 분을 뵈고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최종 목표로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다른 나라에는 살기 좋다고 느끼는 동네들이 많아요. 명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살기 좋은 동네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예 개발이 안 된 땅에 가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데리고 함께 살고 싶어요. 예쁘게 집도 짓고 인프라도 만들고요."
"서울 땅값이 이렇게 비싼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도시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정서적으로 힘든 이유는 '비효율'을 추구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정원을 만들고 인도를 넓히는 거요. 그런 거에는 과하게 효율을 추구한 것 같아요. '비효율'이 많이 들어간 마을을 만들어서 함께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저는 제 인생을 채찍질하는 사람이에요. 여전히 만족 못 하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지만, 제가 이렇게 풀악셀을 밟고 달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데 제가 매체에 자주 보일 때마다 거리감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저도 집 가면 사실 똑같거든요. 집도 어질러져 있고, 설거지도 미뤄놓고 빨래도 쌓여있어요. 옷 정리도 못 하고요(웃음).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으니, 여러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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