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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깡패 "흑백요리사, '디스전' 없어 아름다웠다"[인터뷰②]
등록 2024.10.26 09:44:50 수정 2024.10.26 09:45:58
'흑백요리사'의 스타 '고기깡패' 데이비드 리
'군몽' 오너셰프…"흑백요리사 이후 난리 나"
"'에드워드 리'와 대결, 다시 해도 같은 결정"
"'묵은지' 아닌 '홍어'라면 결과 달랐을 수도"
시즌2 참가는 부정적 "이기적이고 싶진않아"
밀키트 출시 논의 중, 유튜브로는 '맛집 찾기'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프랑스의 비프 부르기뇽과 한국의 갈비찜을 접목한 음식 '가르비뇽'으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 첫 라운드를 통과한 흑수저 고기깡패(43·데이비드 리)는 최종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이균)에게 무릎을 꿇었다.
평소 동경의 대상이었던 에드워드 리와 동일 선상에서 요리 경연을 펼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고기깡패는 큰 고민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조우 때부터 놀란 표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에드워드 리를 바라보던 고기깡패의 모습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및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결과는 흥행 그 자체였다. 2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기깡패의 이름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물론 그 역시 백종원 등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섭외 제안을 받았을 당시 처음에는 가족에 대한 우려로 참가를 고사했던 고기깡패. 그런 그가 프로그램 방영 직후에는 제작진 측에 '큰절을 드린다'는 내용의 연락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레스토랑 '군몽' 매출액과 방문객 수도 방송 전후로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달에 한 번 열어 놓는 예약 자리도 꽉 찼다.
다시 2라운드 상대방을 지목할 기회가 생겨도 동일한 선택을 하겠다고 밝힌 그는, "얼마나 좋은 효과가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자신도 예상치 못할 만큼 방송이 흥행한 요인으로는 출연진들 사이 '디스'(Disrespect)가 없다는 특징을 꼽았다. 이른바 현직 '대가' '명장'들을 모아둔 덕분에 상호 존중의 자세가 깔려 있었고, 판정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게 고기깡패의 설명이다.
두 번째 라운드 주제가 '묵은지'가 아닌 '홍어'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 고기깡패는, 이번 흑백요리사의 흥행이 국내 미식·외식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K-푸드가 알려질수록 K-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고기깡패는 올해 11월 말께 방영될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 멘토 역할로 활약할 예정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 공개를 예정으로 제작이 확정된 '흑백요리사 시즌2' 참가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일단은 없다. (인원이) 100명으로 정해져 있지 않나"라며 "맛있는 케이크를 안 먹어본 분이 드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나온 '심사위원으로 고든 램지를 섭외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한국에서 한국인을 평가한다고 할 때는 갑자기 저기(외부)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흑백요리사 제작진 측은 심사위원이 아닌 도전자로 고든 램지를 섭외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그는 고기 메뉴의 밀키트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업체 측과의 논의도 이어가는 중이며, 자신의 유튜브에서는 '맛집 찾기'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섭외 당시엔 거절도…'디스' 없이 서로 겸허해져"
-흑백요리사 출연 배경이 궁금합니다.
"담당 작가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저를 어떻게 아셨나' 그랬더니 '서치를 많이 했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좀 고민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이후에) '고민해봤는데 안 할게요'(라고 처음엔 고사했죠). 혹시라도 제가 하는 행동, 결과들이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가족들이 걱정돼서 안 한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잘하면 되지'라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 정도로 화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진짜로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도 넷플릭스니까 영향을 받아서 '장사 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 중 한 명이었죠. 근데 갑자기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재밌다 난리가 났어요."
-붐을 일으킨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제일 크게 느끼는 부분은 이제 다른 것들과 (비교해) 프로그램에 '디스'가 없어요. 서로 헐뜯는 게 없다는 점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이 쓸데없는 감정 소비가 없잖아요. 서로 뒤에 가서 욕하고 헐뜯고 이런 게 하나도 없어요. 서로 그냥 붙을 때부터 떨어질 때까지 다 리스펙트. 현직에서 뛰고 계신 분들 그리고 명장, 대가 이런 분들이 같이 나오셨을 때는 이미 다 겸허해지는 거죠. 다 인정하고 탈락. '아이씨' '취소해' 이게 없잖아요."
-식당 예약은 언제까지 차 있으신가요.
"일단 한 달만 열어 놓으니까 한 달은 꽉 찼죠. (이전과 비교해) 매출 차이도 있고 방문객 수도 확실히 (늘었죠), 진짜 나가길 잘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방송을) 보고 바로 'PD님 너무 감사합니다 진짜 큰절드린다'고 PD님한테 연락드렸습니다."
"되돌아가도 '에드워드 리'…'묵은지' 아닌 '홍어'였으면"
-준우승한 에드워드 리를 2라운드에서 상대방으로 지목하셨는데.
"(평소) 동경했고 미국 생활할 때부터 '참 대단하네' 이런 걸 많이 느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근데 저분이 여기 나타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죠."
-다시 지목할 기회가 생긴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그럴 것 같아요. 동일 선상에서 대결을 펼친다는 의미도 있고, 시간을 돌린다면 지금 그분을 선택해서 얼마나 좋은 효과가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대결 주제가 묵은지가 아니었다면, 다른 거였다면 하는 재료는 없으세요.
"홍어요. 주제가 홍어였으면 달랐을 건데. (그분께 생소할 수도 있고) 홍어를 (묵은지처럼) 짜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서요."
-시즌2에 혹시 참가할 의향 있어요?
"'해봐' 그럼 뭐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없어요. 왜냐하면 (참가 인원) 100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잖아요. 그럼 이게 얼마나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거예요. 그러니까 맛있는 케이크죠. 저는 한 번 먹었잖아요, 그렇게까지 이기적이고 싶진 않아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이건 그냥 모두의 상상에 맡기고 안 먹어본 분이 드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심사위원 고든 램지'는 좀…방송, 나비효과 클 것"
-일부 누리꾼들이 시즌2 심사위원으로 고든 램지 이런 분을 섭외해야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평가한다고 할 때는 갑자기 저기(외부)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뭐라도 접점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분이 심사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흑백요리사로 외식업계나 미식 문화에 변화가 생길까요.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요리 프로그램 다시 많이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이미 시즌2 확정 기사도 나왔잖아요. 그럼 시즌2에서도 시즌1이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예를 들어 100개 업장이라고 하면, 100명 끝 다음 100명 이게 아니라 연관된 업장이나 (다른 부분으로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리고 이렇게 되면 점점 퍼지는 거고. 또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는 음식이나 (음식의) 높은 수준을 이해함으로써 또 연결되는 다른 음식에 대한 이해 이렇게 봤을 때는 문화적으로 나비효과가 굉장히 클 것 같아요. 특히 지금 죽어 있는 시장에서 다시 붐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고요. 지금 세계적으로 얘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한식, 우리의 K-문화 콘텐츠가 음식을 통해서 다시 퍼지는 (거죠)."
-미국에 계실 때도 요리 경연 나가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몇 번 있습니다. 못 해서 가장 후회가 됐던 거는 탑 셰프. 그때 아내가 임신 중이었어서 (제가 방송에 출연하면) 혼자 힘들겠다는 생각에 안 나갔어요. 근데 그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 외에 방송) 출연은 없고 브랜드나 호텔에서 (주최)하는 대회, 챌린지에 나가 결승에 진출했었습니다."
-'군몽'은 어떻게 짓게 된 상호인가요.
"일단 구운 요리를 표현해서 '구운', 그리고 제 꿈을 표현하는 '몽' 그래서 소설 구운몽을 다르게 뜻풀이를 해서 지었는데 만둣집이 등록돼 있어서 포기할까 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겨울에 다이어트한다고 군고구마 좀 사오라고 그래서 '얘도 구운 고구마인데 군고구마잖아' '그럼 구운몽도 군몽' 그래서 그렇게 등록했어요."
"고기 밀키트 출시 논의 중…유튜브로는 '맛집 찾기"
-생각하시는 신메뉴가 있나요.
"일단 손님들이 가르비뇽 많이 물어보시는데 일부러 좀 안 해요, 상술 같잖아요. 어떤 분들은 그래도 그거 보고 많이 와주시는데 해드려야 되는 것 아닌가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막 모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이런 건 갈비찜 성격에 맞게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이런 날 스페셜로 한 번 하는 게 좋죠. 그리고 갈비찜보다 스테이크가 더 비싸서 매출이 더 나와요 이게."
-일부 셰프들은 편의점업계와 손잡고 제품 출시도 하시던데.
"저도 계획은 있어요. 제 별명에 맞게 고기 메뉴로 밀키트를 (업체 측과) 논의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말 유튜브를 시작하셨는데, 이제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실 예정인가요.
"(당시) 유튜브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아이디어가 너무 많았어요. 어떤 방향으로 가지, 고민하다가 보니까. 고민하고 찍어놓은 게 많아요. 이제는 좀 더 자주, 그래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개씩은 업로드를 하려고 합니다. 이제 감독이 방향을 좀 잡은 것 같아요. (콘텐츠는) 맛집도 찾아가고, 이제 맛집이라는 기준을 좀 바꿔야 될 것 같아요. 대부분 알려지고, 줄을 서서 가기 힘든 이런 곳을 맛집이라고 하잖아요. 맛집을 찾아놓고 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맛집을 같이 찾을까, '눈에 보이는 거 다 들어갈래' 이런 생각도 하고. 맛을 찾는다 이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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