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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회계사 '챔보'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인터뷰]

등록 2024.07.26 06:00:00 수정 2024.07.26 10:34:48

호주 출신 '크리스 함바수미안'…4개국어 능통

지난 2013년 서울대로 교환학생, 졸업후 취직

호텔·블록체인 업계서 퇴사…다양한 나라 경험

대표 유행어 '껌이지', 韓 방송프로그램 출연도

사기·인종차별 겪은 챔보…"사랑만 남아"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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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영재고등학교·뉴사우스웨일스대 출신으로 중국어·아르메니아어·영어·한국어 4개국어가 가능하며 공인회계사(CPA)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다. 호주에선 엘리트 코스를 밟던 삶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코믹한 표정을 짓고 망가지는 모습도 꺼려하지 않는다.

'시원하다' '껌이지'와 같은 유행어를 퍼뜨리면서 '초통령'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은 '챔보'(32)의 이야기다.

'크리스 함바수미안'(Chris Hambarsoomian)이라는 본명에서 활동명을 딴 챔보는, 호주 출신 크리에이터로 현재 유튜브와 인스타그램·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대 교환학생 신분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게 된 그는, 이듬해인 2014년 6월 초 한국의 '어장관리'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동영상 플랫폼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경험한 문화 충격을 긍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고, 이를 통해 영상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학생이었던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께 한 글로벌 호텔에 입사해 재무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이어 홍콩 소재 블록체인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으나, 이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이나 유머 감각 표출 등에 대한 미련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을 오가며 본업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영상들을 다뤄왔지만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다'는 마음 한편의 목표와 '죽기 전에 돌아봤을 때 남는 후회는 없을까'라는 갈증이 커져갔다고 챔보는 부연했다.

결국 꿈을 찾아 2019년 퇴사를 단행한 챔보는 2020년께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이번에는 유튜브가 아닌 틱톡을 주 무대로 삼고 코미디 영상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후 먹을거리를 빠르게 먹어치우는 '10초 챌린지'나 '시원하다', 팬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소해주는 '껌이지' 등 콘텐츠 분야를 넓혀나갔다.

심지어 2022년 10월께 우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쇄골뼈가 골절됐을 때도 함께 떠난 친구들에게 영상 촬영을 부탁할 정도로 크리에이터 활동에 진심을 드러냈다.

틱톡 등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높인 챔보는 방송계에서도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한외국인' '보물찾기' '한쿡사람' 외에도 올해 2월께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예능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처럼 직업을 바꿔 제2의 삶을 살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의 인생도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당초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학창 시절 인종차별을 당했던 아픔이 있었고, 직장인 신분을 집어던지고 한국을 찾은 그에게는 사기를 당하는 시련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강제집행' '지급명령'과 같은 법적 용어들도 배우게 됐다는 챔보는 "외국인이 왜 그런 단어들을, 절연 같은 단어들을 배워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에게 찜질방·때밀이 문화를 소개해주고 싶어 하고, '최애' 음식으로 묵은지 고등어조림·순대국밥·참치김밥을 꼽는 '명예 한국인 크리에이터'로 거듭났다. 실제로 지난해 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틱톡 크리에이터' 명단에 챔보 이름이 당당히 자리했다.

'한국이 집, 호주가 여행지 같다'는 말을 자신있게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젖어 든 챔보를 튜브가이드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에서 만나봤다.
 


"韓 문화 알리고자 시작…영상, 메시지 전달에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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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해주세요.

"무엇이든 그냥 열심히 하는 도전왕 챔보입니다. 저는 전략을 짜는 것보다 그냥 막 하는 스타일이라서 (이게)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어요."


-유튜브, 틱톡에 콘텐츠를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4년에 첫 (어장관리하는 방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을 때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있었어요. 문화 충격 같은 것들을 많이 경험해보고 힘들었는데 그 경험들을 좀 긍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건 다른 사람들이나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거잖아요. 제 슬픔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이들도 공감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이런 문화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고, 외국인도 한국을 사랑하고 똑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첫 영상을 만들고 제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면 이렇게 하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지난 2013년 교환학생을 마친 이후엔 어떻게 지내셨나요.

"(호주 대학교에서) 한 학기가 남아 마무리하고 한국에 다시 오고 싶었는데, 일자리 등의 이유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일단 H 호텔 재무 담당 부서에서 (일하면서) 3년 동안 다양한 나라를 돌아보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홍콩에서 가장 큰 블록체인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2019년도 일을 그만두고 2020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왔어요."


-더 늦게 시작한 틱톡에서 반응이 더 뜨거운 거 같습니다.

"(2014년) 그때는 틱톡이 없었습니다. 저도 집중력이 짧은 사람이라서 롱폼을 만들 때는 좀 힘이 들어요. 제가 숏폼을 계속 보는 사람이기도 하고, 제 유머 코드도 아마 좀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틱톡과) 제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알고리즘도 재밌고요."


-정말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도전 의식으로 돌아오신 건가요.

"네 맞아요. 2018년에 오랜만에 놀러왔는데 교환학생 때 만났던 친구들이 모두 저를 보러 와줬습니다, 여러 나라에 살면서 행복하게 살았는데 이렇게 가족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있다는 사실에 '현타'도 느꼈어요. 하고 있던 업무도 좋은 일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죠.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은 그런(겉도는) 경험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였고, 영상을 통해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관심 가진 계기엔 인종차별도…사랑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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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택하셨나요.

"호주에서 영재고등학교를 다닐 때 중국·한국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6년 동안 인종차별을 당했어요. 그 사람들의 문화나 언어를 배우면 더 친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케이팝이나 영화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한국어를 전공 중 하나로 삼기도 했고, 교환학생까지 가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도 모르는 사람이 길을 지나가다 주먹으로 때리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도 했어요. 오히려 저는 (그런 사람들을) '이상한 개인들'이라고 생각하게 된 더 큰 동기 부여가 됐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가족 같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뭐를 먹을지, 어디를 갈지, 누구를 만날지 이런 모든 질문에 좋은 답이 나오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부분만 남았어요."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대신 크리에이터의 길을 택하셨는데.

"회계사들이 자주 쓰는 단어를 쓰면 매몰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죽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 어떤 후회가 남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면 갑자기 세상이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입니다. 미련 없는 삶을 살아야죠. 그러나 경제적인 자유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어요."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인데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방송업계에 있으면 대부분 회사를 통해 와요. 그리고 문제가 생겨도 (연예계 활동 관련) 비자를 받게 도와주는 사람이 그들이라서 그냥 취소해요. 대부분 외국인들은 이런 경험이 있죠. 결국 (소개 명목으로 냈던) 돈을 안 줘서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받았어요. 외국인이 왜 그런 단어나 절연 같은 단어들을 배워야 되는지 모르겠다 너무 슬픈 것 아닌가요."


-'10초 챌린지' '껌이지' 등 콘텐츠에서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일가견이 있으셨나요.

=틱톡 시작 당시 대부분은 코미디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고 약을 먹으면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동안) 배탈이 나서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접하게 됐어요. 그러다 음식 콘텐츠로 코미디를 접목해보자 해서 먹는 유형의 영상을 시작했어요. (또) 한국에 와서 몇 년 동안 수익이 거의 없었는데 (한 팬분이) '삶은 달걀 4개를 1분 안에 못 먹는다는데 해봐'라는 댓글을 남겼는데 (때마침) 가지고 있던 재료라 '껌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계속 음식 쪽으로 갔죠."


-요즘 편의점 음식이나 한식 뷔페를 소재로 한 영상들도 내시더라고요.

"편의점은 밤늦게 편히 먹을 수 있고 한식 뷔페는 원래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이것도 콘텐츠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외국인이라서 신기하고 '왜 한국 사람들은 매일 안 먹지'라며 이해가 안 됐죠."


"찜질방·때밀이 최고…'최애' 음식은 묵은지 고등어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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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 중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나요.

"열심히 하고, 열심히 노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호주는 좀 더 느긋하고 놀 때도 그렇게 열심히 놀지 않는 거 같은데 여기는 뭘 하든 열심히 하면 진짜 잘될 수 있는 나라인 것 같아요. 최근에 호주에 갔을 때 어머니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닫힘' 버튼을 안 누르셔서 답답했죠. 한마디로 하면 빨리빨리 문화일 거 같네요."


-한국과 호주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플렉스 문화'인 거 같아요. 호주에서는 '톨 포피 신드롬'(tall poppy syndrom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좀 더 튀어나온 양귀비가 먼저 잘린다는 뜻인데 즉 너무 티를 내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지적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잘사는) 티를 내면 욕하지는 않잖아요. 호주에서는 (서로) 사람들의 눈치를 안 보니까 이목을 끌려고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실제로) 있어도 없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한국에 온다면 소개해주고 싶은 문화 같은 게 있으세요.

"찜질방이고, 때밀이까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때밀이는 너무 신선하고 정말 최고죠. 당연히 식혜와 계란도 먹어야 해요. 또 만화방도 재밌고 한식 뷔페도 소개하고 싶어요. 사실 한국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외국인들에게 가장 재밌습니다."


-가장 좋아하시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묵은지 고등어조림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순대국밥, 세 번째는 참치김밥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일 재밌었던 건 우도에 갔을 때 전기 자전거를 타다가 쇄골이 부러졌을 때입니다. 숨도 못 쉬던 상태였는데 친구한테 빨리 찍어달라고 했고, 그 과정이 담긴 영상이 잘 됐어요. 모든 순간을 재밌게 생각하면 재밌게 만들 수 있고, 또 재밌게 보게 만들 수도 있죠."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단순하겠지만 계속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혼자서 여기까지 왔던 이유가 결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신 지금까지는 혼자였는데, 이제 스케일업할 시기가 와서 같이 움직일 사람을 찾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재밌는 챔보의 모습을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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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회계사 '챔보'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인터뷰]

등록 2024.07.26 06:00:00 수정 2024.07.26 10:3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