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끼길래…애착 인형에 700만원 현상금 건 男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스페인에서 여행하던 중 평소 아끼는 인형을 잃어버린 한 중국인 관광객의 이야기가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대로, 평소 자신의 봉제 인형을 '빵'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특히 인형의 생일을 축하하고 매일 밤 침대 옆에 두고 잘 정도로 인형을 가족의 일부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인형을 들고 다니며 스페인 여행을 만끽하던 중 지난달 9일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에서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도둑이 인형을 지갑으로 착각해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

도난 사건 이후 실의에 빠진 남성은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변경하고 바르셀로나에 머물며 매일 인형을 찾아 나섰다. 심지어 인형을 돌려받기 위해 5000유로(약 740만원)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이에 한 누리꾼이 "높은 포상금이 갈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500유로(약 74만원)로 낮춰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레딧(Reddit) 커뮤니티에 남성의 사연이 퍼지자,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사기라고 일축했으며 현지 경찰도 주의를 기울일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남성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제게 '빵'은 제 직업, 학위 등보다 더 중요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빵'을 다시 안아주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면서 '빵'을 데리고 전 세계 나무늘보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겠다는 야망까지 밝혔다. 그러나 남성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권까지 도난당했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인형에 대한 그의 깊은 애착에 의문을 품었지만, 곧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현지 중국인 아주머니가 남성에게 숙소를 제공하는가 하면 중국인 학생들이 전단지 배포를 도와주고 밀크티를 가져다줬다. 또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본 중국인들은 그가 수색을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기도 했다.

인형을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15일 저녁, 남성은 스페인 지하철역 청소부로부터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게 된다. 통화를 끊고 부랴부랴 역을 찾은 그는 마침내 매표기와 벽 사이 틈새에 버려진 인형 '빵'을 발견했다.

그는 인형을 찾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청소부와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친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정말 고맙다"며 "청소부에게 500유로를 보상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당신처럼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데 진정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쁨과 평생 지속될 수 있는 강력한 애착을 가슴 아프게 상기시켜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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