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3 사태가 불 지핀 역사공부…"민주화·계엄 관련 책 샀어요"
등록 2024.12.28 07:00:00 수정 2024.12.28 08:26:24
민주화 운동과 계엄 다룬 책·영화 열풍
사적지 찾아가 역사 배우는 학생들도
전문가 "학습하려는 젊은 세대의 열망"
"역사 공부는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
강서미(41)씨는 전날 아버지와 함께 서점을 찾았다.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책을 사기 위해서다. 강씨는 "예전에는 말로만 들었는데 계엄이 터지고 역사에 더 관심을 두고 책을 읽으려고 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화, 계엄 등과 관련된 역사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책과 영화는 물론 사적지를 찾는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계엄의 역사적 배경을 학습하려는 열망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전날 뉴시스 취재진이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에서 만난 시민들은 책과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우려는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던 손형준(33)씨는 "주변을 보면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며 "역사를 잘 알아야 나중에 제가 투표를 하든 어떤 것을 하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사러 왔다는 직장인 최세림(40)씨도 역사 공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탄핵도 겪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민주주의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겪거나 당시 소식을 접했던 세대도 책을 통해 역사를 되짚어보고 있다.
당시 대학생이었다는 박노현(69)씨는 "저는 지역이 달라서 멀리서 민주화 운동을 봤다"며 "피해자는 어떤 걸 느꼈는지, 계엄군이 학생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더 알고 싶어서 책을 샀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에 관심이 커진 젊은 세대를 보니 좋다"며 "제가 살아본 입장에서 역사를 되돌아봐야 우리가 현재를 살아갈 때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녀, 딸과 함께 서점을 찾은 강모(75)씨는 독서 모임 참가를 위해 '소년이 온다'를 구매했다. 그는 "젊은 세대도 역사 흐름에 무관심했을 텐데 이번 기회로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느끼지 않을까. 자기 행복과 멀다고 생각한 국가 문제를 직접적인 문제로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광주 5·18 사적지를 방문한 학생들도 있다.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2학년 재학생 210여 명은 지난 13일 광주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전두환 신군부에 맞섰던 당시의 광주를 배우기 위해서다. 이곳은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모델이 된 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의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역사 관련 책과 영화를 추천하는 글이 쏟아진다. 한 시민은 "계엄 이후의 일상이 어떨지 우리가 어떤 삶을 견뎌야 했을지 백만분의 일이라도 체감하고 싶다면 소년이 온다를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한다"고 글을 썼다.
지난 2017년 나온 영화 '택시운전사'는 계엄 이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실시간 인기 영화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서울의 봄' 역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역사 공부가 세대를 아우르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역사적으로 경험해 보지 않았었던 계엄이라는 이례적인 사건이 터졌고 이를 배울 수 있는 영화 '서울의 봄', 책 '소년이 온다'를 보는 것"이라며 "계엄과 관련된 역사적인 배경을 학습해 보려는 젊은 세대의 열망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공부가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역사물을 통해 과거에 기성세대가 살았던 삶의 궤적을 경험할 수 있어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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