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한국처럼 결혼·출산 거부"…'4B 운동' 선언한 美여성들
등록 2024.11.08 16:34:48 수정 2024.11.08 16:56:16
SNS서 대선 결과에 좌절감 표시하는 美 여성들
한국 '4B 운동'이 온라인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
차별, 여성혐오 맞서 결혼·출산·연애·성관계 거부
'#4B' 해시태그 단 영상 줄이어…검색량도 폭증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여성 혐오 발언과 성범죄 이력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자 온라인 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좌절감을 표현하는 미국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여성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4비(非) 운동'이 '4B 운동'(4B movement)이라는 용어로 미국에 전파돼 소셜미디어 상에서 뜨거운 논쟁을 촉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성관계를 의미하는 '4B 운동'은 가부장적 체계에 편입되길 거부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8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4b' '#4bmovement' '#4bmovementusa'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게시자들은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4B 운동에 대해 소개하거나 자신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한 여성 틱톡 유저는 영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는 지금 막 4B 운동에 대해 찾아봤다. 한국 여성들은 동등한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출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인구가 줄고 있고, 아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우리는 이제 함께 해야 한다.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 유저는 4B 운동에 대해 "이것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세상은 망가졌다. 아이를 갖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특히 여자아이를 갖게 된다면 미래가 너무 걱정될 것이다. 운동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4B 운동은 온라인 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부상했다. 지난 6일 하루에만 20만명이 구글에서 이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편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조롱하거나 불쾌감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한 남성 틱톡 유저는 "여성들이 4B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가 낙태를 금지하는 것보다 낙태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또 이길 것."이라고 비꼬았다.
여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다뤄지면서 미국 사회는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젠더 갈등이라는 후유증을 앓는 모습이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NBC, CBS 등 주요 언론도 잇따라 보도를 내놓으며 '4B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NBC는 "트럼프의 승리는 많은 여성들에게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의 후퇴라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여성들의 좌절감은 남성과 이성애적 관계, 그리고 가부장제 참여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예일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 최미라씨의 분석을 인용했다.
4B 운동은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2010년대 후반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된 급진적 여성 행동의 한 형태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와 성행위마저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평등, 여성 혐오, 성차별, 성폭력에 저항한다.
한국의 4B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건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다. 한국에서 4B 운동의 시발점이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미국에서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NBC는 틱톡 유저 알레이사 모라가 지난 3월 게시한 82년생 김지영 관련 영상이 미국 대선 이후 59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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