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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주부가 만든 근사한 한 끼가 GDP로 변하는 경제적 마법

등록 2023.12.30 04:30:00

가정 요리 숏폼 콘텐츠로 만드는 주부 유튜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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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출신 인기 유튜버 3인이 도시락을 싸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소위 '집안일'이라고 불리는 가사노동은 공식적인 경제 활동이 아니다.

가사노동의 가치가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마트에서 구입한 원재료를 근사한 한끼 식사로 바꿔놓는 엄마의 '요리'도 경제 이론만으로 따지면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것이 된다.

그런데 요즘 비공식적인 경제 영역에 속하던 가사노동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주부들이 생겨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요리 솜씨를 뽐내며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유튜버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가정 요리 숏폼 콘텐츠로 유명한 주부 유튜버 3인을 소개한다.


쑤 Soo

늘 발랄한 목소리로 "예랑이 점심"을 외치며 시작되는 숏폼 영상을 제작하는 전업주부 출신 유튜버 '쑤 Soo'.

남편 점심 도시락을 싸는 숏폼 영상을 게재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9일 기준 구독자 32만여 명과 통합조회수 1억7200만여 회를 달성할 정도로 도시락 싸기 콘텐츠 관련 유튜브 채널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유튜버 쑤의 인기 요인은 수준급의 요리 실력,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 남편과 구독자를 향한 아낌 없는 애정이다. 쑤는 깔끔하고 빠르게 식재료를 준비해 한 끼 식사를 뚝딱 만들어낸다. 포근한 목소리로 요리·남편 등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풀어낸다.

남편을 향한 사랑이 돋보이는 부분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메뉴 제한 없이 도시락을 싸주고 싶은 마음에 1.75L의 뼈해장국을 담을 수 있는 대용량 국통을 구매한 것이다. 해당 영상에서 누리꾼도 "예랑이가 저걸 들쳐 매고 회사에 갔다는 사실이 너무 웃기다", "거북이 등딱지마냥 매고 갔다는 전설의 1.7L 감자탕이구나", "직장동료가 가방에서 저런 도시락을 꺼내면 평생 못 잊을 듯"이라는 반응을 했다.

쑤는 소중하다는 의미로 '애기님'이라는 호칭을 구독자에게 지어주고, 지난해 9월 처음으로 게재한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아직도 답글을 달 정도로 구독자를 향한 애정도 아낌없이 표출한다. 구독자들도 "힐링된다", "사랑받는 기분이다", "마음이 편해진다"는 등의 댓글을 남기며 보답한다. 

쑤는 영상 초기에는 '예비 신랑'의 준말로 '예랑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5월 현재 남편과 결혼한 후에는 '예쁜 신랑'의 준말로 쓰고 있다. 직장인 남편이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난 이후 지난 11월부터 미국 동부에서 남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쑤는 향후 3년간 미국에 거주하며 꾸준히 남편 점심 도시락 싸는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하뉴

새벽 3시마다 야근하는 개발자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전업주부 출신 유튜버 '하뉴'.

동일한 구조의 영상, 조곤조곤한 목소리, 오묘한 요리 과정이 인기 요인이다.

하뉴의 모든 영상은 "저희 남편은 새벽 3시쯤 되면 배고파져요"라는 말로 시작되고 남편에게 식사가 "어때"라고 묻고 남편이 다소 웃긴 답을 내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예컨대 돈가스를 맛 본 후 아내에게 "맛있다. 맛있는데 다음엔 고기를 한 번 넣어보자"며 지나치게 잘게 다져진 돈가스 고기를 에둘러 표현해 웃음을 유발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식재료를 흘리고, 밥 밑간을 세게 하는 등 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정신 차리면 훌륭하게 식사가 완성돼 있다. 실제로 "야무진 듯 야무지지 않고 엉성한 듯 엉성하지 않다. 너무 신기하다"는 누리꾼의 한 댓글에 ‘좋아요’ 1만2000여 개가 달렸다.

지난 8월에 결혼한 유튜버 하뉴는 11월부터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지만 구독자 20만여 명을 보유하고 통합조회수 6161만여 회를 달성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벽 6시 도시락 싸는 주부

채널 이름처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는 남편을 위해 새벽 6시에 도시락을 싸는 주부 유튜버다.

세 유튜버 중에서 유일하게 맞벌이를 하면서 남편 도시락도 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진솔한 결혼 이야기, 친근한 메뉴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부부싸움 후 남편 도시락'이라는 제목의 숏폼 영상은 1775만 회의 조회수(29일 기준)를 달성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사실 어제 결혼 후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도시락을 쌀까 말까 고민하다가 저절로 눈이 떠져서 주방으로 나왔다. 요리하면서 어제 그 말은 심했다 싶어 반성이 되더라. 사과의 뜻으로 애호박과 소시지를 하트로 만들었다. 점심 도시락 열고 바로 전화가 왔더라. 둘이 함께 웃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이 유튜버는 29일 기준 구독자 9만여 명과 통합조회수 7056만여 회를 기록 중이다.

한편 지난 22일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돈으로 환산한 가사노동 서비스의 가치가 우리나라 GDP의 4분 1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9년 생활시간조사를 활용해 산출한 이 가치는 총 490조9000억 원에 달하고, 여성이 생산한 것이 남성보다 2.6배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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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만든 근사한 한 끼가 GDP로 변하는 경제적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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